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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한국 역사 이야기: 반 만년 역사의 시작, 고조선

by ucodehouse 2024. 10. 24.

한반도 최초의 국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흔히들 반만년의 역사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 시작점은 어디일까요?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이 출발한 기원전 2333년입니다. 물론 한반도에는 그 이전부터 사람이 살기는 했습니다. 학자들은 약 70만 년 전부터 한반도에 인류가 살았을 것이라 추측한다고 합니다. 다만 그때는 구석기시대라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하며 생활했기 때문에 구석기인들을 우리 민족의 직접적인 조상이라 말하지 않는 것이지요. 70만 년 가까이 지속된 구석기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신석기시대로 접어들었고, 신석기인들이 농사를 시작하면서 이 땅에 정착했지요.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 청동이 발견되면서 돌을 사용했던 석기시대가 저물고 금속의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청동기시대가 개막한 것입니다. 청동기시대에 농사기술이 발달하면서 잉여 농산물이 생기고, 빈부 격차와 계급이 발생했습니다. 비옥한 땅을 두고 부족 간의 전쟁도 많아졌죠. 자연스럽게 국가도 등장했습니다. 한반도에 최초의 국가 고조선이 등장한 것도 청동기시대의 일입니다. 바로 이 고조선이 세워진 기원전 2333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합해서 5000년, 즉 반만년 역사라고 이야기합니다. 긴 역사의 시작이 고조선의 출발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조선 사람에게 "고조선 사람이세요?"라고 물으면 아마도 고개를 갸우뚱할 겁니다. 당시에는 고조선이 아니라 '조선'이었거든요. 훗날 이성계가 세운 조선과 구분하거나, 또는 옛날 조선이라는 의미에서 후손들이 편의상 '고' 자를 붙인 것이지요.


선택받은 민족

 여러분 모두 단군 신화를 아실겁니다. 단군 신화에서 놓치면 안 될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하늘에게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점입니다. 환인은 하늘나라의 사람, 즉 천신입니다. 그의 후손이 하늘에서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는 것은 고조선 사람들이 하늘로부터 선택받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과 달라.', '지배 계급이 될 자격이 있어.'라는 선민사상을 드러내는 부분이죠. 단군 신화는 한민족이 하늘의 후손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오랜 옛날 우리 민족은 정말로 자신들이 천신족의 후손이라고 믿었습니다. 광개토대왕릉비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광개토대왕릉비는 장수왕이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으로 무려 아파트 4층 높이에 달하는 아주 거대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있습니다.

"옛날에 시조인 추모왕께서 나라를 세우셨다. 추모왕은 북부여 천제의 아들이자 하백의 딸을 어머니로 두었으며, 알을 깨고 세상에 나섰다."

 고구려인들은 비문의 첫 문장에서부터 자신들의 조상이 천제의 핏줄임을, 결국 자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민족의 후손임을 이야기합니다. 비석의 크기만큼이나 웅장하지요? 고조선부터 천신족이라는 개념이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입니다. 고대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무척 중요했어요. 그런데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특히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런 개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오직 황제만이 하늘과 연결될 수 있었거든요. 황제를 천자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가장 높은 사람들 제외하고는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현재는 천신족의 후손이라는 개념이 많이 흐릿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조선에서 시작된 이러한 천하관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반만년 역사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어도 그 출발은 자긍심을 가질 만했다는 것을 말이죠.


2000년 역사의 고조선 멸망

 단군조선으로 출발한 고조선은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통합하며 한반도 북부는 물론이고 요동지방을 아우르는 큰 나라로 발전했습니다. 기원전 5~4세기에는 중국의 연과 대립할 만큼 성장했지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국가와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고 국력이 강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연나라가 고조선에 침입할 당시에는 왕위 세습을 할 만큼 왕권도 강력했지요. 하지만 준왕을 마지막으로 단군조선은 무너지고 맙니다. 연나라에서 온 위만이 준왕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라 위만조선이 시작되었지요. 단군조선은 청동기시대를 배경으로 출발했으나 위만조선은 5세기경부터 시작된 철기 문화를 본격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지배자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청동과 달리 철은 구하기가 쉬운 물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철을 이용해 단단한 농기구와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생산력과 군사력 모두 그만큼 강해 졌겠죠? 위만조선은 특히 중계 무역으로 많은 돈을 벌었어요. 중국의 한나라와 한반도 남쪽 나라들 사이에 물건을 사고팔았던 것이지요. 위만조선이 성장하자 이번에는 한나라가 쳐들어왔습니다. 계속되는 침략에 기원전 108년, 결국 위만조선의 마지막 왕인 우거왕이 지키는 수도 왕검성이 함락되었고 한나라의 군현이 설치되었습니다. 이것이 고조선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고조선은 중국에 있던 국가들과 경쟁할 만큼 국력이 강했고, 기록상 무려 2000년이 넘게 존재했습니다. 그 뒤로 한반도에 여러 나라를 거쳐 대한민국이 세워질 때까지 보다 더 긴 시간이니,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까. 비록 멸망했으나, 고조선의 발달된 철기 문화는 만주와 한반도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