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부와 남북회담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다음해인 1988년 서울에서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올림픽은 발전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동서 화합의 장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당시 세계에는 냉전이 거의 해체되고 있었습니다. 노태우 정부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북방 외교를 표방했습니다. 소련,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과 수교를 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요. 남북이 UN에 동시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1990년에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렸습니다. 박정희 정부 때 있었던 7.4 남북공동성명은 비공식 만남이었거든요. 고위간부가 북한에 넘어가서 김일성을 만나 통일 3대 원칙에 합의한 거예요. 반면 노태우 정부는 공식적으로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1991년에 남북 기본합의서가 채택되었습니다. 남북 기본합의서의 내용은 남북 관계를 규정짓는 거예요. 남한과 북한은 일반적인 국가 관계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남북 간의 물자 교류는 민족 내부의 교류로 보았고,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상호 불가침을 약속하는 내용을 담았어요. 이로써 남과 북이 앞으로 하나가 될 것을 염두에 둔 잠정적 특수 관계라는 구체화된 남북 관계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문민정부의 등장, 김영삼 정부
노태우 정부 다음으로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섭니다. 이때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어요. 박정희 정부에서 만들어낸 한강의 기적을 토대로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드디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게 된 거예요. 노태우 정부에서 일부 시행되었던 지방자치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한 것도 김영삼 정부 시절의 일입니다. 또한 금융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불법 비자금 같은 부정부패와 부조리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기도 했지요. 김영삼 정부는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전두환과 노태우를 법정에 세워 12.12사태를 일으키고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범죄 사실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입니다. 검찰 구형으로 전두환에게 사형 선고까지 내렸습니다. 1995년 8월에는 광복 50년을 맞아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커졌습니다. 환율이 폭등하자 기업들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외국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거두어들이면서 나라가 보유하고 있던 외환이 갑자기 줄어든 것입니다. 외환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기업은 줄줄이 도산했고, 발전을 거듭했던 경제가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1997년 11월 21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인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습니다. IMF에서 돈을 빌리고, 대신 IMF가 요구하는 경제체제를 유지해야 했지요. 기업들은 강도 높은 구조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그만큼 우리 경제의 기초가 부족했던 것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정상회담, 김대중 정부
제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수립이 지니는 의의는 역사상 최초로 선거에 의해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IMF 사태를 계기로 야당에게 평화적으로 정권이 넘어간 것입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와 기업, 국가의 협력을 위해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했고, 국민들은 다시 한번 똘똘 뭉쳤습니다. 금모으기 운동이 전개된 것입니다. 온 국민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IMF 관리 체제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관계 진전에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남북 정상이 최초로 만나 6.15 남북공동선언을 진행했지요. 박정희 정부가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통일의 토대를 닦았다면 노태우 정부는 남북 기본합의서로 그 내용을 좀 더 구체화시켰다고 할 수 있어요. 김대중 정부는 이를 이어받아 남북 교류를 시작한 것입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설립, 경의선 복원과 같은 실질적인 사업이 추진된 것입니다. 보다시피 통일 문제는 민족적 과제이지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수 정부도, 진보 정부도 모두 통일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전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세대의 과제라면 분단으로 시작한 한반도의 현대사에서 분단의 역사를 마무리짓는 것, 그래서 현대사의 진정한 첫 페이지를 열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