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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한국 역사 이야기: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 발해

by ucodehouse 2024. 10. 25.

발해가 우리나라 역사인 이유

 발해를 건국한 사람은 고구려의 후예인 대조영입니다. 고구려 유민이었던 그가 698년 만주 동모산 근처에 세운 나라가 바로 발해입니다. 대조영이 세웠으니 발해 왕조의 성 씨는 대씨겠죠? 고구려 왕조는 고씨, 백제 왕조는 부여씨, 신라 왕조는 김씨인 것처럼요. 발해를 대씨가 세웠음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사실 발해인의 대다수는 말갈족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당 연합군에 의해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시 당나라가 고구려인들을 강제로 요서 지역으로 이주시켰는데, 그 지역에 말갈족이 많이 살고 있었거든요. 당나라가 정치적으로 혼란한 틈을 타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을 데리고 탈출해 나라를 세웠던 것이지요. 말갈족 또한 발해가 고구려를 이었다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조영을 비롯한 고구려 유민들이 중심이 되어 발해를 건국했고, 지배층이 고구려인이었던 만큼 그들은 자신들이 세운 나라가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의식이 강했습니다. 발해인들의 고구려 계승 의식은 일본에 보낸 외교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해가 일본에 사절단을 파견하며 보낸 문서의 내용이 <속일본기>에 실려 있습니다. "고려 국왕이 천황의 승하 소식을 듣고 방문한다. 천황은 고려 국왕을 맏이한다. 우리는 고려의 옛 땅을 회복하고, 부여의 풍속을 갖추었다." 첫 줄에 "고려 국왕"이라고 적혀 있어요. 고려는 고구려의 다른 이름입니다. 고구려를 '고려'라고도 하고, '구려'라고도 했거든요. 발해의 왕이 자신을 고구려의 왕이라고 말했으니 이것만큼 확실한 증거가 또 있을까요? 


역사상 가장 넒은 영토를 차지한 해동성국

 이렇듯 발해가 고구려 계승 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니, 고구려를 무너뜨린 신라, 당나라와 사이가 좋았을 리가 없었겠죠? 실제로 초기에는 두 나라와 많이 부딪쳤습니다. 대조영의 뒤를 이은 제2대 왕인 무왕이 당과 신라를 견제하며 영토 확장에 힘썼거든요. 당시 만주 지역에 퍼져있던 말갈 세력 중 가장 힘이 강했던 흑수말갈은 당나라와 친하게 지내려 했고, 당나라 역시 이들을 이용해 발해를 압박하려 했습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무왕은 참지 않았습니다. 아우를 시켜 흑수말갈을 공격하고, 장문휴라는 장수를 보내 당에 선제공격을 시도했습니다.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제국이었던 당나라를 상대로 말입니다. 당을 공격했던 곳은 지금의 중국 산둥반도에 있는 덩저우로, 이곳은 짙은 안개가 끼는 날이 많습니다. 저도 가봤는데, 안개가 한번 내려앉으면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에요. 발해인들은 이런 기후를 이용해서 기습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곳에 서서 자욱한 안개 사이로 갑자기 등장하는 발해의 군사들과 그들을 막는 당나라 군사들을 떠올려봤습니다. 

 9세기 초, 제10대 왕인 선왕 때 전성기를 맞이한 발해는 옛 고구려의 땅을 대부분 회복했습니다. 남쪽은 신라와 맞닿아 있었고, 서쪽으로는 요동, 북쪽으로는 만주를 넘어 오늘날 러시아의 연해주까지 땅을 넓혔지요. 우리나라 역사에서 영토가 가장 넓었던 나라입니다. 땅이 워낙 넓어서 행정구역도 정비해야 했어요. 수도인 상경부터 중경, 동경, 서경, 남경까지 5경이 있었고, 그 아래 15부 62주를 두었습니다. 당나라는 이처럼 잘나가는 발해를 가리켜 '해동성국'이라 불렀습니다. '바다 동쪽의 융성한 나라'라는 뜻입니다. 발해는 분명 동아시아의 강국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스터리로 남은 멸망의 이유

 200년이 넘도록 승승장구했던 발해의 마지막은 이상하리만치 허무합니다. 926년, 거란족의 침입으로 순식간에 무너져버렸거든요. 거란족의 기록에 따르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발해를 무너뜨렸다."고 합니다. 강성했던 나라와 어울리지 않는 급작스러운 멸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약 230년간 존속했던 발해의 멸망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발해인의 다수는 고구려인이 아닌 말갈인이었기에 거란족과 싸워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의식이 부족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전에 일어난 백두산 폭발이 멸망에 영향을 주었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수도인 상경이 백두산 근처에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거란족이 강하기도 했지만, 화산 폭발로 나라가 이미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더욱 쉽게 무너진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발해의 멸망이 그만큼 황당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발해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야 하는데, 그 영토가 지금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걸쳐 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지요. 발해 역사의 비밀이 속 시원하게 벗겨지는 그날이 꼭 오기를 바랍니다.